'책 읽는 AI' 만드는 것이 목표…할 수 있어요

[인터뷰] SK텔레콤 대화기술팀 박경랑 개발자



SK텔레콤의 인공지능(AI)친구 '에이닷(A.)'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쩜 얘는 이런 걸 다 알고 있을까?' 싶어서 새삼 놀라곤 한다. 날씨를 물어보면 날씨를 알려주고, 재미있는 영화를 추천해달라고 하면 영화를 찾아 준다. 에이닷은 어떻게 이렇게 다 알고 있는 걸까?

AI니까 당연한 것 아니냐고? 아니다. 에이닷이 이렇게 척척 답을 할 수 있는 이유는, '공부를 하기 때문'이다. 다시 물음표가 떠오른다. AI가 공부를 한다고? 그렇다. AI도 공부를 제대로 해야 이용자의 질문에 잘 답을 할 수 있다.

SK텔레콤에는 에이닷을 공부시키는 선생님도 있다는데, 이건 어떤 일일까? SK텔레콤 대화기술팀에서 'AI를 더 잘 공부시키는 법'을 연구 중이라는 박경랑님을 만났다. 현재의 행복 속에서 멋진 미래를 그리고 있다는 14년 차 개발자 박경랑님이 말하는 ‘개발자의 커리어 비전’에 대한 이야기다.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자연어 처리 연구 및 개발을 하고 있는 박경랑입니다. SK텔레콤의 NUGU와 에이닷에서 사용자의 질문에 답을 주는 지식 대화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 '지식 대화 서비스'라니, 다 아는 단어들이지만, 막상 어떤 일인지는 상상이 잘 안되는 것 같아요. 어떤 일을 하시는 거죠?
 
NUGU나 에이닷과 같은 AI 에이전트(Agent)가 사람 말을 잘 알아듣고 똑똑하게 동작하려면 많은 지식을 알고 있어야 하는데요. 저희 팀에서는 그러한 지식을 구축하는 일을 합니다.

가령 "헤어질 결심을 만든 사람은 또 어떤 작품을 만들었어?"라는 질문을 한다면, 우선 '헤어질 결심'이 최근에 개봉한 영화라는 것을 알아야 질문을 잘 이해할 수 있겠죠. 또 저 질문에 답을 해주려면 '헤어질 결심'이 박찬욱 감독의 영화라는 것, 박찬욱 감독의 다른 영화가 '친절한 금자씨', '공동경비구역 JSA' 등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하고요. 이런 모든 것들이 '지식 구축'을 통해 가능해집니다. 저희 팀은 이런 지식을 구축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지식 구축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요. 위키피디아나, 다양한 백과사전 같은 곳에서 추출하기도 하고요. 저희가 제휴하고 있는 플로, 비티비, 웨이브 등에서 정보를 제공받아 연동하기도 합니다.


-AI의 지식을 만들어주는 일이라니, 말 그대로 AI의 선생님인 셈인데요. 이야기만 들어도 흥미로운 일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이야 AI가 워낙 대세지만, 예전에는 아니었잖아요.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되셨어요?

제가 대학원에서 전공한 것은 지능형 시스템인데요. 처음에는 센서데이터나 구조화된 데이터를 이용해 알고리즘을 만드는 일을 많이 했어요. 일을 하다 보니 중요한 정보는 일반 텍스트에 더 많은 것 같더라고요. 디바이스를 기술한 스펙에도 구조화된 데이터베이스(DB)에는 별로 중요한 정보가 없는데, 설명서에는 엄청 많은 정보가 있고요.

스마트폰에서 사용자의 중요한 정보는 센서 정보 같은 것보다도 사용자와 관련된 메모, 웹페이지 등 언어로 된 것이 많다는 걸 알게 됐죠. 그래서 텍스트 처리를 곁들여서 해보기 시작했는데 이게 하면 할수록 재미있는 분야 더라고요. 나도 몰랐던 새로운 사실을 분석하면서 알게 되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죠.

'세상에는 구조화된 데이터보다 일반 언어로 쓰인 정보들이 훨씬 많고 이것들을 제대로 이해할 수만 있다면 정말 재밌는 걸 만들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어느 시점부터 자연어로 된 정보를 처리하는 것이 주 업무로 바뀌어 있더라고요. SK텔레콤으로 이직하게 된 계기도 그런 것들을 보다 본격적으로 다루고 싶어서였어요.


-재미있는 것을 공부하다 보니 지금의 일을 하게 되셨다는 이야기인 것 같아요. 그만큼 흥미로운 분야라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지금의 일을 하기까지 어떤 경험이 가장 도움이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공부를 해서 도움이 되었던 것은 별로 없었던 것 같고, 뭔가 시도를 해보면서 알게 되는 것들이 많은 것 같아요. 기술이나 트렌드가 계속 바뀌는 점도 있고요. 물론 초기에는 공부를 통해 기본적인 지식은 쌓아야 하겠지만, 결국 직접 해보면서 체득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아 이건 어려운 거구나' '아 이건 이런 게 맞겠구나' 같은 나만의 의견이 생깁니다.

특히 저는 사용자에게 전달되는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의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래서 최대한 빠르게 사용자가 쓸 수 있는 형태의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놓고, 필요한 기술의 요구사항을 이해하고 튜닝하는 식으로 일을 합니다.


-'흥미로운 일'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개인적으로 이 일의 가장 큰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AI 관련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접하고 테스트해 볼 수 있는 점이죠.  AI관련 기술은 빠르게 변하고 있어요. 특히 딥러닝과 거대언어모델의 등장으로 자연어 처리 관련 기술은 최근에 정말 빠른 변화를 겪고 있죠. 이런 기술들을 업무를 하면서 직접 테스트를 해 보고 적용해 볼 수 있는 점들이 매우 흥미로워요.

또한 이런 최신 기술을 사용자의 질문에 응답해 주는 서비스에 바로 적용해서 계속 활용할 수 있고, 사용자의 피드백을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장점이죠.


-빠르게 변하는 기술 속에서, 이를 적용해 바로 서비스로 만들어 세상에 공개하는 일인 건데요. 사용자 입장에서도 이를 통해 최신 기술을 접할 수 있어 흥미롭게 지켜보게 되는 분야인 것 같아요. 경랑님이 연구한 것이 곧 제가 사용하는 서비스로 연결되는 거잖아요. 또 어떤 신기한 서비스를 만날 수 있을까 궁금한데요. 요즘은 어떤 연구를 하고 계시나요?

사용자의 질문이 입력됐을 때 이를 적절한 문서에서 바로 답을 찾아서 응답해 주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지식대화서비스는 문서를 DB 형태로 가공해서 구축을 한 이후에, 사용자의 질문이 들어오면 적절히 DB를 검색해서 답을 주는 형태로 서비스를 하게 되는데요. 이를 Knowledege Base기반 Question Answering이라고 해요.

그런데 이런 구조는 DB를 구축하고 관리하는데 많은 비용이 소비되기 때문에 답할 수 있는 질문의 영역을 쉽게 확장하기가 어려워요. 또 DB에 저장하기 어려운 정보는 답할 수 없다는 한계점도 존재하고요.

문서에서 답을 바로 찾아서 주는 방법은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적절한 문서를 찾아야 하고, 그 안에서 답을 찾아내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에요.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개발 중입니다.
 
 

-더 다양한 질문에 빠르게 답할 수 있는 AI가 탄생하겠군요. 이런 연구를 통해 궁극적으로 이뤄내고 싶으신 건 무엇인지도 궁금한데요?

제 프로필이 "책 읽는 기계"에요. SK텔레콤에 입사하면서 계속 변경하지 않고 있는 프로필인데요. 간혹 '책을 엄청 많이 읽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있으신데, 괜찮은 오해(?)이긴 하지만, 사실 진짜 의미는 '제가 만들고 싶은 궁극적인 기술'을 의미해요.

제가 만든 기계(AI)에게 책을 주면 그 기계가 책을 순식간에 읽고, 그 안에 있는 모든 지식을 습득해, 사람이 이와 관련해 어떤 질문이든 질문을 하면, 질문을 이해해서 답을 주는 거죠.

혹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보셨나요? 여기 비슷한 장면이 나와요. 우영우 변호사는 판례나 법률책을 읽는 순간 암기하고 있다가 필요한 순간에 이를 바로 끄집어 내어 말해주거나 이를 이용해서 어떤 결론을 내곤 하잖아요. 제가 만들고 싶은 것은 이런 능력을 갖춘 기계예요. 더더구나 AI는 인터넷을 이용해서 연결된 모든 정보를 읽을 수 있어요. 그러니 이런 능력을 갖추게 되면 세상에 모르는 지식이 없게 되겠죠!  

이런 기술을 우리 NUGU나 에이닷에 적용해, 사용자가 무엇을 물어보든 정확한 정보를 찾아내서 답을 주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저의 최종 커리어 목표입니다.


-경랑님 말씀을 듣고 보니, 커리어 목표가 분명하시다는 생각이 듭니다.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 앞으로 이루고 싶은 것들을 잘 알고 계시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개인적으로 커리어를 관리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신 점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현재의 행복입니다. 현재가 안정되어 있지 않으면 미래를 그릴 수가 없기 때문이죠. 예전에는 어떤 뚜렷한 목표 의식과 이를 달성하려는 의지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이것도 물론 중요한 항목이지만, 이러한 목표의식과 의지도 나 혹은 누군가의 현재 행복을 저해한다면 맞는 방향은 아니라고 믿고 있어요.

회사를 오랫동안 다니면서 크고 작은 성과를 쌓기 위해 노력했는데, 그러다 보니 큰 수렁에 빠지는 경험을 많이 했어요. 그럴 땐 정말 당장 눈앞만을 생각하면서 달려야 했는데, 그럴 때면 먼 미래의 멋진 모습, 멋진 작품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할 수가 없고, 오늘의 문제 해결에만 급급하게 되더라고요. 그런 경험을 몇 차례 하다 보니 현재의 행복이 멋진 미래를 그리기 위해서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현재의 행복을 유지하면서 본인이 세운 궁극의 목표를 위해 느리지만 조금씩 천천히 전진하는 삶’ 이것이 커리어 관리에서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14년 차 개발자로 일하고 계시는데요. 선배 개발자로서 후배들에게 한 가지 조언을 해주신다면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으세요?

요즘은 정보를 인터넷에서 쉽게 접하게 됩니다. 그래서 다들 아는 것이 많은 것 같지만 사실 얘기하다 보면 저도 그렇고 남도 그렇고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뭐든 많이 만들어 보고, 남에게 들은 것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직접 해보고 알게 된 것 느낀 것들을 쌓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보통 이것을 공력이라고 하는데, 그리고 이 쌓인 공력을 기반으로 어떤 현상에 대해 정확하게 소통하는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 개발자 뿐 아니라 주니어 직장인들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서 더 마음에 와 닿는 것 같아요. 전에 일하시던 곳도 누구나 일하고 싶어하는 국내 최고 대기업이셨어요. 이곳을 나와 SK텔레콤으로 자리를 옮기셨는데요. 이런 선택하신 이유도 결국 현재와 미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과정이셨을 것 같은데요.

전 회사에서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신기술을 개발하는 일을 했어요. 자연어 처리나 정보서비스 관점에서 제조업이라는 업에서의 한계를 조금 느꼈던 것 같아요. 지식대화 서비스라는 것이 제품 출시 단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서비스를 발전시키고 운영하는 개념이라, 제품 라이프 사이클 관점에서 맞지 않는 부분이 약간 있었던 것 같아요.

문화적인 면에서도 매력을 많이 느꼈어요. SK텔레콤에서 개발하면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점은 개인을 존중하는 문화가 깊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에요. 상품이나 기술 등의 발전이 어떤 정형화된 시스템에 의해서 만들어진다기 보다, 개인의 역량이 극도로 발휘될 때 나온다는 믿음 같은 것이 있더라고요.

처음에는 이런 부분이 경영 이념(SKMS)에까지 기술되어 있다는 점이 매우 놀라웠죠. 경영이념에 VWBE(자발적·의욕적·두뇌활동/Voluntarily·Willingly·Brain Engagement)라는 말이 있는데, 개개인의 스스로 잠재된 역량을 발휘해서 기여하는 체계를 말해요. 실제로 회사 내의 여러 부분에서 이런 개개인을 존중하는 부분을 느낄 수 있었어요.


- SKT 내에서 개발자로서의 미래와 비전, 어떻게 보시나요?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요?

앞서 소개한 “책 읽는 기계”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무엇이든 대답해 주는 AI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꼭 이루고 싶은 목표예요. SK텔레콤에서 개발자로서 달성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본인의 커리어 비전을 현실적인 서비스로 만들어 줄 수 있는 회사라면 개발자로서 미래와 비전이 있는 회사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직장이니까 처우나 복지도 중요한데, 이미 알고 계시는 것처럼 업계 최상위 수준이라 그 부분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일할 수 있다는 점도 좋은 점입니다.


-경랑님 말씀을 듣고 '와 이거 내가 하고 싶은 일인데!' 생각이 드신 분 많으실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나도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요. 사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잖아요. SK텔레콤 역시 함께하실 분을 찾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저희 팀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개발 자체를 즐길 수 있고, 사용자에게 전달되는 서비스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맞는 업무라고 생각해요. 사실 이 분야가 업무량이 많은 편이에요. 계속 새로운 기술을 배워야 하고, 출시한 서비스는 실시간으로 관리해야 하는 등 시급한 업무 등이 수반되죠. 개발과 서비스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이 모든 것이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라 큰 부담이 없지만, 이것을 일로만 생각한다면 꽤나 고단할 것 같아요.

저희는 AI기술을 연구할 뿐만 아니라 AI기술을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역할도 하고 있기 때문에 서비스화할 수 있는 다양한 개발에도 관심이 많은 사람이면 잘 맞을 것 같아요. 지식기술에 한정되는 부분이라면 세상의 다양한 지식, 예를 들어 인물/역사/컨텐츠/스포츠 등에 관심이 많으면 조금 더 적성에 맞을 것 같습니다.

아직 SK텔레콤이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로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아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본인의 커리어를 이루고 발전할 수 있는 좋은 회사이니 많이 지원해 주세요. 같이 “책 읽는 기계” 만드실 분 환영합니다!


저작권은 SK텔레콤에 있으며, 무단 배포를 금지합니다